2024년의 마지막에 접어들며
정말 오랜만에 블로그에 포스팅을 남기는 것 같다.
마지막 포스팅을 6월 30일에 했으니까.. 대략 5개월만에 글을 쓴다.
그 동안 무슨 일이 있었나?
1. 국비 수료
1월 30일부터 시작한 국비 과정이 마침내 끝이 났다. 약 5개월 동안, 강남을 오가며 인생에서 가장 열심히 공부했던 시간이었다. 국비 과정은 생각보다 배울 것이 많았는데, 학부 시절 다뤄봤던 HTML과 CSS 같은 마크업 언어에서 시작해 JavaScript와 Java 같은 프로그래밍 언어, 다양한 데이터베이스(DB)를 다뤄보는 기회를 가졌다. 특히, 그 전까지는 이클립스 외의 IDE를 사용해본 적 없던 나에게 Spring 프레임워크를 경험해본 것은 정말 즐거운 경험이었다.
솔직히 과정 내내 정신적으로나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수업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벅찰 때가 많았지만, 돌이켜보면 이 시간을 통해 개발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조금이나마 체감할 수 있었다. 단순히 이론을 배우는 것을 넘어, 실무의 일부분을 경험할 수 있었던 귀중한 시간이었다.
2. 병원 입원
원래 계획은 수료 후 바로 자기소개서와 포트폴리오를 완성하고 이력서를 제출하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인생사 새옹지마라 했던가. 갑작스러운 사고로 다리를 다쳐 한 달간 병원에 머물러야 했다. 그 기간 동안은 정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몸도 마음도 지쳐 있었고, 무엇보다 다친 상태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나를 짓눌렀다. 취업이 급했지만, 현실은 정반대였고, 그래서 CS 공부도, 알고리즘도, 심지어 프로그래밍조차 모두 놓아버렸다.
병원을 퇴원한 후에도 한동안 무기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9월 중순까지도 아무 곳에도 지원하지 않고 그저 게임만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문득 프로젝트를 함께 했던 팀원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하나 하나 연락을 해보니, 여행을 다니는 사람도 있었고, 자격증 준비를 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그중 한 명이 예상보다 빠르게 취업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전해주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조금씩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는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면접에 대해 묻기도 했는데 "일단 도전해보라"며 나를 격려해주었다. 그 한마디가 이상하게 깊이 와닿았다. 어쩌면 나는 너무 많은 것을 미루고, 너무 오래 멈춰 있었던 건 아닐까?
그 날 이후, 다시 취업 준비를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두려움을 마주하기로 한 것이다.
3. 생각보다 쉬운데? 근데 그게 끝이 아니야
생각보다 첫 취업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9월 24일 첫 면접을 보고 약 한 달 만에 한 솔루션 기업에 취업하게 되었다. 새로운 환경은 설렘과 긴장으로 가득했지만, 첫날부터 모든 것이 낯설었고, 업무 환경에 적응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입사 후 처음 맡은 업무는 Vue.js로 구성된 프론트엔드 코드를 분석하는 작업이었다. 국비 과정에서 Vue.js를 배우긴 했지만, 불과 2주라는 짧은 시간 동안 기본적인 개념만 배웠던 터라 익숙지 않았다. 특히, Vue.js는 JSP와 달리 청크 네임 단위로 코드가 나뉘어 있었고, 그 구조를 이해하고 분석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작은 부분부터 차근차근 배워가며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회사 사정이 악화되면서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개발팀의 절반 이상이 퇴사했고, 나의 사수였던 분도 떠나게 되었다. 사수 없이 혼자 업무를 파악하고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은 상당했지만, 당시 나는 이 모든 것이 단지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 나를 포함한 신입 개발자들에게 권고 사직 통보가 전달되었다. 경력 개발자로 들어온 한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해고된다는 통지였다.
그렇게 취업한 지 한 달 만에 나는 다시 취준생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4. 어떻게든 다시 취업을 해야만 했다.
11월 말까지 근무를 하고 나면 다시 취준생(백수) 신분으로 돌아가야 했기 때문에 그 전에 어떻게든 새로운 직장을 찾아야만 했다. 회사에서는 갑작스러운 인력 공백으로 인해 업무량이 늘어나 야근이 잦아졌고, 야근 수당 대신 휴가로 보상받는 형태였다. 퇴사를 앞둔 상황에서 "휴가는 전부 쓰고 나가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고, 나는 반차와 연차를 활용해 면접을 보러 다니기 시작했다.
짧은 시간 안에 가능한 많은 기회를 잡기 위해 움직여야 했기 때문에 밤을 새서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수정하고 닥치는대로 이력서를 넣기 시작했다. 총 세 곳에서 면접을 보았는데 그 중 두 곳은 마지막 면접에서 떨어지고 남은 한 곳을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면접을 보러 가게 되었다.
마지막 한 곳은 50명 규모의 SI/SM 기업이였는데, 나는 본사가 아닌 파견지에서 면접을 보게 되었다. 면접관은 한 분이였는데 만약 같이 일하게 된다면 바로 사수가 되실 분이 면접관으로 나온 거였다. 면접은 생각한 것보다 빨리 끝났는데, 기술관련 질문은 하나 없이 인성에 관련된 질문만 물어봤고, 이 부분에서 나는 크게 당황을 했다. '내 이력서가 그렇게 물어볼 게 없나?' 라는 생각을 하며 끝까지 면접에 임했고 그렇게 30분간의 짧은 면접을 끝으로 나는 집으로 가는 전철에 몸을 실었다.
솔직히 떨어졌다는 생각으로 다음 면접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월요일 오전 업무 시간 중에 모르는 번호로 연락이 왔다. 마지막으로 면접을 본 곳에서 걸려온 전화였는데.. 결과는 합격이였다.
정말 피말리는 한 달을 지냈는데 운이 좋았는지 퇴사 전에 새로운 회사에 취업하게 되었다. 정말 몇 년 동안은 다시 겪기 싫은 경험이 아닐까..
